글쓴이:현미자님 | 날짜:2005-10-19
눈과 귀와 영혼을 확 열어놓게 합니다...
김영갑 갤러리에 다녀왔습니다. 이 세상에 있을 때 간다 간다하면서, 오늘에야 갔습니다.
갤러리 두모악에서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한 제주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자연 하늘, 바람, 구름, 오름, 들, 초원, 나무, 억새, 도라지꽃밭, 메밀꽃밭, 무꽃밭, 감자꽃밭, 무덤, 동자석, 바다, 파도, 해녀, 무당, 굿, 해녀, 마라도, 비양도, 우도, 해돋이, 해넘이 등 작품 하나하나가 신비경입니다.
조물주의 손이 빚어 놓은 비경들입니다. 그 앞에 다가서기만 하면 황홀경에 빠져듭니다. 숨이 절로 멈춥니다. 작은 렌즈구멍으로 어떻게 이런 형언키 어려운 비경을 잡아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풍경을 포착하는 눈과 셔터를 누르는 기술도 기술이겠지만, 맑고 고운 신의 마음이 없고서야, 이렇게…, 포착해낼 수가 있겠습니까.
실제 보는 다랑쉬 오름보다. 갤러리두모악에서 보는 다랑쉬가 더 환상적이고 태고의 모습을 자아냅니다. 그냥 오름이 아닙니다. 신이 되어 평화롭게 누워있습니다. 절세의 미인이 미라로 누워있습니다. 성체가 해탈한 모습으로 있습니다. 눈이 덮이며 덮인 대로, 계절이 바뀌면 바뀐 나름으로 색다른 연출을 합니다. 초원은 이어도로 변신합니다. 나무는 더 이상의 나무가 아닙니다.
덩그러니 오름 하나, 들판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초원 가운데 돌담 한 줄, 초원 가운데 나무 한 줄, 오름 위에 걸린 무지개 한 호. 작품 속의 풍경입니다. 단순 명쾌합니다. 이 구도가 무한한 울림을 줍니다. 전신주 하나, 고압 전기탑 하나, 해녀, 할머니 한 분, 무덤 하나, 섬 속의 섬 하나, 지상에 섬 하나, 제주섬의 비경을 오롯이 담아냈습니다.
하나, 한 줄이 이어도입니다. 태고적 세상이 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눈에 잡히지 않은 세계가 있습니다, 보통 머리와 마음으로는 잘 그려지지 않은 세계가 있습니다. 온몸을 짜하게 휘감는 황홀지경이 있습니다.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그 여백이 한층 더 원시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킵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여백은 앞에 서있는 이에게 여백 너머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그 앞에 서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포로가 됩니다.
갤러리 두모악 속의 제주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중심 , 우주중심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경이롭게 보게 하고, 보는 이에게 눈과 귀와 영혼을 확 열어 놓게 합니다. 주인은 세상에 가고 없지만 같이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