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박승찬님 | 날짜:2005-03-21
기억...
인연...
제가 김영갑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 92년 어느날이겠네요.
오현고등학교 음악부원이었던 저는 음악부 담당 선생님인 이상철선생님과 함께 음악실에 방문하셨던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꽁지머리를 하신 모습이셨는데 당시 일명 스포츠 머리로 두발을 관리 당했던 고등학생의 눈에는 꽁지머리가 어떤 동경의 대상처럼 비쳤던 것 같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마라도 사람들은 거기서 나오는 데 김영갑선생님은 태풍이 온다고 하면 일부러 마라도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신다..."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 소개입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음악부원들과 졸업하신 선배분들과 마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김영갑선생님은 마라도에서 사진작업을 하신다 하셨고 그 인연으로 일반인은 출입이 쉽지 않다는 마라도 등대 관사내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라도는 물이 귀하다고 쌀도 씻어서 가고 물도 여러통 들고 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은 물을 섬에 두고 오는 것이 큰 선물이라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구요.
거기서 저의 선배분이신 김경목선배님이 등대에 올라 연주를 하셨고 선생님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셨습니다.
그 사진을 액자에 넣어 음악선생님은 음악실 벽에 걸어놓으셨습니다.
멀리 있어서 음악실을 찾은 것도 오래되었지만 갈 때마다 그 사진을 보곤 그때를 추억하곤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과의 인연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하여 시작한 서울 생활이 벌써 10년이되었네요.
그 동안 간간히 선생님 소식을 들을 때만다, 어릴적 기억이라 그런지 어떤 큰 인연이라도 있는 것 처럼 관심이 갔었습니다.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지요. 선생님은 언제나 제주도와 함께 하셨으니...
서울에서 선생님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네요.
가서 사진 보고 오겠습니다. 제주도 냄새 맡고 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