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2004/10/11 글쓴이:온수진님
두모악
2011-08-08

글쓴이:온수진님 | 날짜:2004-10-11

 

독후감(그 섬에 내가 있었네)

두모악이라는 사진 갤러리를 가본 것은 2003년 가을, 작년 이맘때였다. 시공사간 'Just go! 제주도'라는 여행안내서(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은 서점에 깔려있다)를 집필중이었던 박동식형을 응원한다는 미명하에 제주도에 놀러갔을때였다. 청재설헌의 김주덕 선생님과 억새 가득한 오름을 올라 펼쳐진 많은 오름들을 바라보는 환상적인 나들이 끝에 중산간 폐교부지를 빌어 만든 '두모악갤러리'에 들었을때에도 운동장에 제주도 정원을 구현하는 일품이 끝없는 공사중이었다.

주인은 계시지 않았지만 그 서늘한 기운을 몸에 불어넣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자그마한 디카하나로 세상의 무언가를 난도질한다는 자신감이 난도질 당하는 서늘한 경험과 동전의 양면처럼 그 섬땅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넋이 빠지게 빠져들었다. 돌아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해를 넘기면서 그 갤러리를 만든, 그 수많은 시간의 사진을 찍은 이의 책이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클릭하기까지의 시간은 그 감동이 준 오랜 여운만큼이나 긴 시간이었다.

책은 조금 넓은 판형으로 김영갑님의 사진을 담기에 적당하게 만들어졌고, 한페이지에, 혹은 두페이지를 가로질러 자리잡은 사진들은 백마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적확하였다. 저자와 편집자의 노력에 감읍한다. 글과 사진이 만나는 바늘로 꽂은듯한 적합함에 이불속에서 엎드려 읽다가 몇번이나 다시 돌아누워 눈을 감고 다시 곱씹어야 했는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그 순수한 열정을 넘어서는 피울음을 접할 때마다 신새벽에 나도 여러번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섬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많은 사진가들을 만난다. 사진가들은 어떠어떠한 사진을 찍겠어야겠다고 미리 마음속에 결정을 하고, 소재를 찾아 차를 몰고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건만 엇비슷한 소재도 찾지못했다고 투덜거린다. (중략) 사진가들은 미리 상상하고 있던 사진을 찍기위해 새벽부터 어두워질때까지 밥을 굶어가면서 기다린다. 이삼 일을 기다려도 원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으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중략)

파란하늘을 찍을 수 있었던 사진가의 접근방식을 터득하려고 고민하지 않고,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또 다른 소재를 찾아 나선다. (중략) 그러면서 화가나 시인들을 부러워한다. 사진은 현실을 상대해야 하니 어렵다고 시인에게 화가에게 하소연한다. 시인도 웃고 화가도 웃는다. 그들이 웃는 이유를 사진가는 이해 못하고 자기 고민만 늘어놓는다. 시인과 화가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시인은 단어 하나로 몇 달을 아파하고, 화가는 선 하나로 몇 년을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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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책을 잡고 있다가 오후엔 일을 제치고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오래지 않아 제주도에, 두모악에 다시 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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