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제주일보 2017/ 3/ 6] 삼달리 밭 사이 지나 '두모악'으로

삼달리 밭 사이 지나 '두모악'으로…대작가의 자취를 돌아보다김창집의 올레이야기-9. 

올레 제3코스(온평포구~표선해변) -독자봉~B코스 만남점(6.3㎞)


(중략)


폐교된옛삼달초등학교를 다듬고 손질해 만든 김영갑갤러리‘두모악’


# 널리 알려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두모악은 충남 부여 출신 김영갑씨가 제주의 자연에 매료돼 제주에 살면서 제주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했던 중산간과 섬의 풍광을 찾아 필름에 담으며 지내다가, 루게릭병으로 인해 거동조차 불편했던 몸으로 폐교된 옛 삼달초등학교를 직접 다듬고 손질해서 만든 곳이다. 2005년에 비록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열정과 제주도 중산간의 고요와 평화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명승지만 쫓아다니며 섬의 겉모습만 보던 사람들이 느끼려 하지 않았던, 제주섬의 아름다운 속살이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오름, 초원, 바다, 안개, 바람, 하늘, 그리고 왠지 모를 쓸쓸함까지 제주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김 작가에 관한 추억


필자가 고인과 조금 알고 지낸 것은 아주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변에 올 때는 꼭 들러 작품을 돌아보곤 했는데, 당시 제주에선 잘 볼 수 없었던 금잔옥대 수선화와 구절초를 화단에 심어 놓아 그걸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때는 이미 출사를 잘 못하던 시기여서 와보면 입구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가끔씩 방문하는 손님을 반가이 맞아줬다. 그러던 2005년 5월에 그의 부음을 들었고, 31일 교정에서 가진 영결식에서 이생진 시인이 추모시, 그의 친구였던 가수 이동원이 추모가, 거기에 분에 넘치게 필자가 끼어 추도사를 했다.


‘…어쩜 당신이 제주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전생의 업보(業報)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신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은 제주섬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폭포와 바다, 섬과 한라산만을 제주의 참모습인 양 착각하던 눈 뜬 장님들에게 중산간 초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사람의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하는 고요, 평화, 적막함 같은 것이 진정 보배로운 것임을…. 임이시여! 당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부러워합니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여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자꾸 뒤로 미루는 저희들의 변명이 부끄럽습니다. 모든 걸 젖혀두고 하고 싶은 일에 목숨을 걸 수 있었던 당신의 예술을 향한 자유에의 의지와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 갤러리를 나와 B코스 접점으로


갤러리에서 나오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차에서 내린다. 필자가 두모악을 들를 때면 우선 입구에 카메라를 메고 앉아 있는 그의 분신 돌하르방에게 잠시 눈인사를 보내고, 들어가면서 곳곳에 앉아 있는 토우(?)들을 보며 생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전시실 옆방에서 모 방송국이 제작한 영상물을 보며, 그 속에 나오는 고인의 얘기와 함께 그의 예술혼을 되새기고, 전시장의 작품을 둘러보고 나온다.


삼달1리를 지나 다시 농로로 접어들었을 때 비교적 넓은 곳에 정자가 있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갈매농장의 울타리가 정연하니 눈으로 들어온다. 딱 보기 좋은 높이의 측백나무를 심고 담을 쌓아 밖으로 철쭉을 곁들였다. 그리고는 다시 무밭들이 이어진다. 밭에 드문드문 유채가 올라와 자연스레 꽃을 피우며 3월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신풍리 네거리에서 한길을 건너 다시 농로를 따라 바다로 난 길로 들어서니, 얼마 안 있어 B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