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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제주 ‘두모악’
제주를 추억하고 싶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차를 몰았다. 1980~1990년대 제주가 개발되기 전의 용오름 언덕이 온전히 살아있는 갤러리다. 고 김영갑 사진작가는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을 수행’했다고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제주에 바쳤다. 두모악은 김 작가가 폐교를 구해 손수 갤러리로 꾸민 공간이다. 제주의 바다, 중산간, 한라산과 오름, 들판과 구름이 담긴 갤러리를 연 것은 2002년.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당근과 고구마로 20년 가까이 허기를 달래던 김 작가는 2005년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48세 때였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제주의 이름 모를 꽃과 나무와 풀들이 반겼다.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속에서 자연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오름을 홀로 지키고 선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들판에서 일하는 아낙네들 사진이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았다. 똑같은 앵글로 찍은 사진이 두 벽면에 걸려 있는데 한쪽은 나무가 서 있고, 옆 벽면에는 나무가 잘려나가 죽어 있는 모습이다. 그는 그렇게 제주를 기록했다. 사진에 매달려 치열하게 살다간 예술가의 삶이 먹먹하다.
밖으로 나와 조각품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손바닥만 한 것부터 팔뚝만 한 것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30분이면 충분할 줄 알고 찾아갔는데 한두 시간이 훅 가버리는 갤러리가 두모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