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에 제주를 담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전경
사진을 찍는 일이 평생의 작업이었던 김영갑 선생은 3년을 기약하고 다니러 온 제주에서 그의 여생을 보냈다.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한 사진 작업을 하던 그에게 제주의 자연은 끊임없는 소재의 대상이 됐다. 그렇게 잠깐 머무르고자 했던 시간이 그가 병환으로 작고하기까지 평생을 제주에 머물게 된 것이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삼달초등학교가 폐교가 된 지금의 공간과 2001년 인연을 맺게 됐다.
2002년 개관을 하게 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벌써 15년이 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의 사진을 전시하고 작업할 공간을 마련했던 그 시기에, 그는 루게릭이라는 불치병 진단을 받게 됐다. 그렇게 두모악이 시작된 해로부터 3년이 지난 2005년 그는 결국 병환으로 작고했다.
지금의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그 공간 자체가 김영갑 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사진 작품 하나하나와 함께, 정원의 돌담까지 그가 손수 공들여 만들어낸 공간이다. 그가 생전 구상하며 만든 정원은 제주 중산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가꾸어져 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정원이다. 메밀여뀌라는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다. 이곳 정원에도 두모악지기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 “정원이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돌담을 쌓는 과정까지 지켜보며 김영갑 선생은 당부에 당부했다.
“돌담을 깨뜨리지 말고 쌓아라. 내가 나중에 여기를 떠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도 돌담을 그대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니, 그가 이곳 공간을 만들 때의 애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작년에는 ‘한국관광 100선 선정’(출처, 2015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에 포함이 될 만큼 유명해진 이곳은 온전히 다녀간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이름난 곳이다.
지금 이곳 두모악지기인 박훈일 관장은 김영갑 선생이 작고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을 책임지고 그의 작업을 정리하며 공간을 지켜오고 있다.
내부 전시장 '두모악관'
두모악에는 내부 전시장인 ‘두모악관’, ‘하날오름관’, ‘유품전시실’, ‘영상실’과 외부에는 정원, 야외전시장, 무인찻집 등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박훈일 관장이 김영갑의 손길이 남은 이곳의 공간을 더 가꾸어 나갔다. 학교 건물의 뒤편으로 무인찻집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곳 공간에도 박훈일 관장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산책길은 오롯이 한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이곳 두모악에 오는 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정원을 거닐며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부전시장 '하날오름관'
무인찻집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어, 일행과 대화를 하거나 혼자 온 이들이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모든 공간은 김영갑 선생과 지금의 두모악지기인 박훈일 관장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현재는 2015년 김영갑 작가 추모 10주기를 맞이해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중 일부 작품이 전시 중이다. 두모악관은 1990년대 초중반 제주의 오름을 담은 작품이며, 하날오름관은 파노라마 카메라 작업을 시작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제주의 오름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 특별전은 4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생전의 사무실에 마련된 ‘유품전시실’에는 김영갑 선생이 평소에 보던 책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해온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당시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의 김영갑 선생을 화면과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 이후로는 김영갑의 유작전이 전시될 예정이다.
천재교육에서 발행한 미술 교과서에 김영갑 선생의 사진 작품이 실렸다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 김영갑에 관한 관심이 오롯이 사진 작품보다 김영갑 선생의 스토리에 중점이 된 경향이 있어, 이러한 소식은 참 반갑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의 숨결을 지킬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설윤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