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사례-제주 김영갑 갤러리
문닫은 학교, 지역 다시 살리다
▲ 김영갑 갤러리 외부 전경.
폐교 터에 갤러리 문 열어
학생 수 감소로 문 닫았던 학교가 지역에 다시 사람을 끌어 모으며 지역을 알리고 살리는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제주도교육청의 남다른 폐교활용 정책이 한 몫을 담담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고즈넉한 도로 한편에 자리 잡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제주의 오름, 중산간, 마라도, 해녀 등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속살을 담아 놓았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길을 따라 들어가자 제법 넓은 주차장에 차량 20여대가 쉬고 있다. 주차장에서 갤러리로 가기 위해서는 공원을 통과해야 한다.
연간 8만5000명 찾는 명소
현무암을 무릎이나 허리까지 쌓아 만든 작은 동산들이 여러 고샅을 만들었다. 미로 같은 모양새다. 동산 위 나무, 꽃, 돌, 조형물이 아기자기하게 어울린다. 공원을 지나면 교실 여덟칸을 이어붙인 갤러리가 나온다.
입구에 선 ‘배움의 옛터’, ‘삼달국민학교’라는 표지석이 학교였음을 전해 준다. 매표소 양쪽으로 두모악관, 하날오름관이 위치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30여 명의 관람객들이 사진에 빠져 있다. 고 김영갑 작가의 유품 전시실과 뒤편에는 무인 찻집이 운영되고 있다.
두모악 갤러리는 2002년 문을 열었다. 삼달국민학교에서 신산초 삼달분교를 거쳐 1998년 폐교한 학교 부지를 임대해 전시관으로 꾸몄다.
개관 초기에는 관람객이 하루 30명 이하였다. 박훈일 관장은 “관람객이 없어 진시관 등을 하루에 한 번 밖에 켜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전통 감귤창고를 임대해 김영갑 갤러리, 마을 예술가, 주민의 소통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50여 세대 인구유입 효과
그러던 곳이 입소문과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면서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갤러리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0명, 연간 8만5000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2006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잘가꾼 자연문화유산’ 부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갤러리의 성공은 지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갤러리 길 건너 식사와 차를 함께 할 수 있는 카페 ‘오름’, 10여 개의 테이블이 꽉 찼다. 앞마당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 두세 팀이 진을 치고 있다. 주인은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갤러리의 가장 큰 성과는 이름 없는 마을을 전국에 알린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갤러리 옆 ‘즐거운 국밥집’ 주인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식당 매출에도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영갑 갤러리 전시관.
갤러리·마을 상생 노력
지역의 가장 큰 변화는 인구 유입이다.
강동훈 삼달1리 이장은 “(갤러리로 인해)50여 세대 인구의 유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삼달리행 러시’는 예술가가 주도하고 있다. 이주 예술가가 5~6명이나 된다. 이들은 원주민들과 소통하며 마을의 값어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삼달1리는 최근 전통 밀감창고를 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김영갑 갤러리, 마을 내 예술가들과 연계해 작품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달1리 사무소 강양화 사무장은 “이 공간을 활용해 부녀회 수익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와 올레길 방문객에게 숙소, 농산물 구입, 식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장소, 마을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려 나간다는 생각이다.
갤러리도 마을과의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도, 폐교 임대 원칙
‘곳간 쉼’, ‘곳간 시선’ 등 마을의 감귤 창고를 매입해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김영갑 갤러리를 마을로 넓힌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박훈일 관장은 “두모악이 살아남으려면 마을과 같이 해야 한다”며 “관람객이 마을을 둘러보고 숙박하고 머물며 소비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한다”고 밝혔다.
강동훈 이장은 “갤러리가 ‘삼달리’라는 마을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그 가치는 앞으로도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갑 갤러리 성공의 이면에는 제주도교육청의 폐교활용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교육재정과의 이현찬 주무관은 “지역정서를 감안해 대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전체 폐고 28개 모두 임대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중 11개가 지역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