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너무나 사랑해 ‘제주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관장 박훈일)이 추모 10주기를 맞아 ‘오름 사진전’을 개최한다.
서울과 육지부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던 김영갑이 제주에 정착한 것은 지난 1985년. 섬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앵글에 담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후 김영갑은 온 섬을 누비며 제주의 오름을 비롯해 돌과 구름, 산과 바다, 나무와 억새 등의 자연 풍경을 담았다. 그는 2004년에 펴낸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에서 “대자연의 신비(神秘)와 경외감(敬畏感)을 통해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을 사랑했던 사진작가였다.
하지만 이 야생(野生)의 작가에게 불행이 찾아들었다.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유도 모르는 통증이 엄습했고 나중엔 카메라를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당시 폐교였던 성산읍 삼달리 분교를 갤러리로 개조해 2002년 문을 열었다. 그게 바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그리고 제주 정착 20년 만인 2005년 5월29일 이 세상과 이별했다. 제주의 바람처럼 살다가 ‘영원한 제주의 바람’이 되어 떠나간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이달 30일부터 오는 연말까지 열린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면 제주 토박이도 잘 모르는 ‘진짜 제주’가 거기에 있다. 삶과 맞바꾼 그의 사진이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도 있다. 독자 및 도민들에게 꼭 한번 찾아보길 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