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오마이뉴스 2013/01/08] 설레는 제주여행...눈이 오면 어떡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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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정서를 맛보고 싶다면, 김영갑갤러리

 

비자림을 보고 나왔다면 다시 평대리로 나가자. 성산방향 동일주 순환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서 삼달2리에서 내린다. 거기서 내지(성읍방향)으로 1.4km 걸어가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나온다. 승용차로는 15분이면 갈 수 있다.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말이 있다.

 

"김영갑갤러리에 데리고 가봐서 그곳을 마음에 들어하면 그 사람은 제주에 살아도 좋을 만큼 제주가 맞는 사람이고, 별로라고 하면 제주에 사는 것이 잘 안 맞는 사람이다."

 

근거가 있는 말도 아니고 출처도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사진작가인 김영갑 선생은 1957년에 태어나 1982년에 제주에 와서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제주에 매료되어 1985년부터 눌러 앉아 살았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 노인과 해녀 들판과 구름 등 제주의 자연과 혼에 대한 수많은 사진작업을 하였고 1999년 루게릭병을 앓아 6년 투병 후 2005년에 요절하였다. 삼달리의 폐교를 구입하여 사진작업실로 쓰다가 2002년에 두모악이라는 갤러리를 열었다
(출처 : 김영갑갤러리 홈페이지)

 


김영갑갤러리는 외진 곳이긴 하나 올레길 3코스 중간지점에 있어 도보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주변에 관광지나 식당도 별로 없어 버스 등의 단체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곳이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정원풍경을 느끼고 제주의 자연이 처연하게 담겨 있는 곳에서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싶다면 가보기 좋은 곳이다. 한겨울 눈이 내렸을 때 찾았는데, 다른 계절에 방문했을 때와 사뭇 다른 맛이 있었다.

 

 

 

김영갑갤러리에 또 하나 좋은 곳이 있는데, 정원 뒤에 있는 무인찻집이다. 그냥 들어와서 셀프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나무통에 2000~3000원 정도 넣으면 되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제주에는 이런 무인찻집들이 군데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두모악 무인찻집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친구랑 둘이 왔다면 창가에 커피 한 잔씩 놓고 앉아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맛도 좋을 것이고, 혼자 왔다면 방문자일기에 제주여행의 소회를 적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쁘게 걷고 돌아다녔다면 분주한 여정을 멈추고 나를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김영갑갤러리 방문 이후 시간이 남는다면 가까운 표선해수욕장엘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주는 악천후에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비가 온다고 비싼 요금 내고 제주도와 상관없는 테마공원에서 시간 보내지 말자. 제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제주의 자연을 느끼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귀한 시간 내서 여행 온 이들은 말해 무엇하리.

 

 


임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