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작, 그곳] 사진작가 김영갑은
김영갑에 대해 듣고자 두모악갤러리를 찾아갔을 때, 관장 박훈일씨는 처음엔 만나길 꺼려했다. 언론이 종종 김영갑의 작품이 아닌 그의 신체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불치병에 걸린 사진작가'라는 휴먼스토리가 그의 작품보다 유명해졌다. 구도자적 자세로 작품을 하는 그에겐 병만큼 그를 힘들게 하는 시선이었다.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제주의 자연과 사람에 매혹돼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치는 일이었다.
마흔살을 넘기고부터 셔터를 누르는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처음엔 오십견이 일찍 온 것이라 생각했다. 루게릭병 진단을 내린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다. 몇 번의 치료 시도가 실패한 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갤러리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곰팜이 핀 필름과 사진을 위한 일이었다. 두모악갤러리는 이듬해 개관했다.
2005년 5월 29일 두모악갤러리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뼈는 두모악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바람'이 8월부터 올해 말까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