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스포츠월드 2010/06/11] 사진작가 김영갑 5주기, 추모 에세이집

사진작가 김영갑 5주기, 추모 에세이집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온 사진작가 고 김영갑의 5주기를 추모하는 에세이집 ‘김영갑’(휴먼앤북스)이 나왔다.

 

책은 김영갑의 미발표 유작 사진 19점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기리는 20여편의 추모 글로 꾸려졌다.

 

양인자 시인, 이유근 제주한마음병원장, 하응백 문학평론가, 권혁재 중앙일보 기자, 차병직 변호사, 김현돈 제주대 교수, 가수 이동원, 백현주 한림공고 교사 등 김영갑의 사진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했던 순수하고 소박한 추억을 풀어놓았다.

 

살아 생전에 김영갑이 지키고자 했던 예술가로서의 고집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위해 모시옷을 만들어주고 생선회를 직접 떠다 주는 사려깊은 마음까지 생생히 보여준다.

 

제주의 신화가 되어버린 김영갑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제주에 매료돼 1982년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했고, 1985년 제주에 정착했다. 한라산가 마라도, 노인과 해녀,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는 제주의 영혼을 되찾기라도 하듯 제주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의 변화를 읽었다. 바람을 기다리고 햇살을 기다렸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 정지된 듯 이들은 렌즈에 갖혔다. 현상액 속에서 부르르 몸을 턴 바람과 구름과 햇살들. 부활하듯 다시 살아나 황홀경을 펼쳤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샀다. 배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사진에 대한 일념과 열정은 거의 미친 사람과 같았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어오며 수행자와도 같이 살아왔던 그에게 불치병인 루게릭병 진단이 내려졌다. 그는 2002년 폐교된 초등학교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접한 이들은 영혼의 떨림을 느꼈고 곧 바로 마니아가 됐다. 투병 6년 만에 한 줌의 흙이 되어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결혼을 하지 않아 가족도 없는 장례식이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마지막길에 함께 했다.

 

백현주 한림공고 교사는 “나에게 김영갑씨의 사진은 작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소박한 대상에서 몇천 년 몇만년 전부터 내재한 거대한 평화로움을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심장이 둔탁하게 두둥두- 하면서 저리는 울림이다. 나의 일상은 180도 변하게 되었다. 제주도의 푸르름 속에서 더 짙은 색으로 도드리지는 억새, 그리고 그 바람을 찍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거대한 물결, 바람을 긴 필름 속에 담은 사진은 내 영혼의 청량음료이다”라고 추모했다. 238쪽. 1만3500원

 

강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