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영혼이 담겨진 사진전
아무리 제주라지만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이 렌즈에 담아낸 제주는 현란하다 못해 황홀하고 성스럽다. 순간순간 탈바꿈하는 대자연이 자신도 모를 만치 한순간에 빚어낸 고결한 표정을 이렇게 오롯이 앵글에 담아낸 것은 김영갑이 영혼의 연금술사였기에 가능했을 터. ‘제주 자연 속에 서 있을 때 오르가즘마저 느껴진다'던 그가 아닌가.
지난달 29일은 김영갑이 그렇게 홀려 누벼 다녔던 제주를 뒤로 한 채 머나먼 곳으로 떠난 지 지 딱 반년이 흐른 시점이다. 때를 같이 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고인의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사진집을 출판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두모악은 김영갑의 제자인 박훈일씨(37)가 관리하며 이번 전시에 심혈을 쏟는 가운데 미술관 등록, 수장고 마련, 카메라 등 유품 전시 등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고인을 “삼촌”이라 부른다.
전시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갤러리 제1전시실 ‘두모악'에서 열리는데, 제명은 ‘내가 본 이어도3-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이다. 이는 김영갑이 올해 3.4월 새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졌던 전시의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로 그때 작품들이 다시 고스란히 내걸리는 것. 서울 전시 당시 또 다른 주제는 ‘내가 본 이어도2-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이었다.
이와 별도로 갤러리 제2전시실 ‘하날오름'에서는 ‘내가 본 이어도 1-용눈이 오름' 작품들이 이미 전시되고 있다. 이 또한 올해 1월 고인이 서울갤러리에서 가졌던 전시회의 재현장.
또 두모악은 후원회 도움을 받아 ‘내가 본 이어도1-용눈이오름, 바람에 실려 보낸 이야기들'이란 액자형 사진집(2만원)과 벽걸이형(2만원), 탁상용캘린더(1만원)를 제작, 판매중이다.
박씨는 “삼촌이 생전에 ‘내가 본 이어도', 곧 제주사람들의 이야기들을 10개 주제별로 나눠 전시하고, 이를 작품집으로 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앞으로 그가 못 다 이룬 부분을 챙겨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내년 1주기 때에는 작품집을 펴낼 계획이란다.
되짚어보면 김영갑은 올 들어 유독 바쁜 행보를 보였다. 마치 자신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1985년 제주에 정착해 영혼으로 셔터를 누르고, 급작스레 닥친 루게릭이란 병마와 친구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홀연 제주 바람 속에 고이 잠든 그의 마지막 예술혼의 사름이었을까.
문의 (784)9907, 홈페이지(www.dumo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