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서울신문 2005/01/03] 루게릭병 투혼 김영갑 사진전

루게릭병 투혼 김영갑 사진전

 

'제주 오름과 억새밭'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제주도로 내려가 20년 가까이 제주의 풍광을 담아온 사진작가

김영갑(47).6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해온 그가 투혼의 전시를 마련했다.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 전관에서 열리는 내가 본 이어도,1 용눈이 오름이 화제의 전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전시에서 김씨는 미발표작 70여점을 선보인다. 제주의 오름과

주변의 억새,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시적인 풍광을 담았다.

 

김씨는 근육이 마비돼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인 루게릭병으로 미라처럼 온몸이 바짝 마르고

전화조차 받기 어려운 상태. 다행히 그는 전시회에 부치는 글을 통해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한데 중도에서 낙오했다고 모두 안타까워하지만 난 결코 멈추지 않으렵니다. 모두의

사랑과 채찍이 헛되지 않도록 삶의 열정을 잃지 않으렵니다.”라며 이번 전시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렵니다.”라고 말했다.

 

김영갑 사진작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섬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무작정 제주에 정착해 한라산과 마라도,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등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동안 16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지만 누구를 초대한

적은 없다. 사진을 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난은 그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 동굴 같은

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정도로 제주의 삶 역시 가난 그 자체였다. 이번 전시도

재력있는 지인이 강남의 한 화랑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지만 상업화랑이라는 전시공간과

자기 작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거절했다고 한다.그동안 김씨를 도와온 김영갑과 함께 하는

사람들앞으로도 그와 마주앉아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아무쪼록 이번 서울갤러리의 전시가

작가의 마지막 전시가 되지 않길 기원하고 있다.

 

김종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