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갤러리 후원 음악회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욕심 부릴 수 없게 되니까 비로소 평화를 느낀다... 원 없이
사진 찍었고, 남김없이 치열하게 살았다. 이 병이 그 증거다. 훈장이다”
1999년부터 루게릭병(근위축증)으로 투병중인 사진작가 김영갑씨(47). 불치병을 '훈장'으로
여기는 그는 작년부턴 병 치료도 거부하고 자연에 몸을 맡긴 독한 사람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2002년 성산읍 삼달리 옛 삼달분교장에 그 이름을 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개관했다.
그의 치열한 삶과 예술혼을 기리고 후원하기 위한 작은 행사가 열렸다.
그가 제주 섬에 있어 행복하다는 이들- '김영갑 갤러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꾸린
'두모악 음악회'였다. 행사가 열린 지난 26일 밤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은 그를 흠모하는
이들로 가득 찼다. 2시간 동안 그들은 한 치열한 사진작가의 삶을 떠올리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용눈이 오름에서 그가 살았던 대천동, 제주의 중산간
오름을 그와 함께 오르내렸다. 저린 가슴을 꾹꾹 누르다가도 그가 일깨워준 제주의 풍경에
행복하고 황홀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그를 향한 그리운 마음들을 글로, 음악으로, 영상으로 풀어놓았다.
시인 강덕환은 시 '이 섬에 그가 있었네'에서 '먼 곳을 돌아 마침내 닿은 유배 일번지에서
토종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발자취를 불러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 이원규 시인은 편지 '그대 몸속의 지수화풍'에서 “병이 증거라면
너무 혹독한 훈장이지만, 형은 비로소 죽음을 넘어 거대한 오름으로 솟아오르고 있다”고
치열한 예술혼을 기렸다.
오름오름회 김창집씨는 편지 '그대가 있어 행복한 제주'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예술(사진)을 한 그 앞에서 글쓴다고 떳떳히 말 못한다. 사진에 미쳐 산 그가 부럽고
한편으로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를 보면 눈물이 나올까봐 갤러리만 살짝 보고 온다는
김씨는 “제주 중산간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그의 작품은 그 자체가 '전율'이며, 그가 있으므로
제주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했다.
연주회엔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 주니어앙상블, 이루후제, 김성현 이철휴 조정호씨등이 출연,
그를 향한 그리움을 선율로 실어 보냈다.
그는 '내가 본 이어도'라는 이름으로 내년 1월10~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인전을
준비중이다.
지난 27일 두모악 갤러리를 찾은 그의 팬들도 그를 볼 수 없었다. 그의 팬들은 서울전시회
출품작을 직접 고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바람처럼 갤러리를 나왔다고 한다.
한편 후원 음악회에서 걷힌 후원금이 이날 갤러리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