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제주일보 2004/11/25] 사진작가 김영갑을 위한 음악회

사진작가 김영갑을 위한 음악회

 

이젠 음식을 삼키기 것도, 말을 하는 것도 힘들다.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다.

바싹 바싹 말라버린 그를 사람들은 '살아있는 미라'라고 부른다.

온 몸의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에 걸려 5년째 투병중인 사진작가 김영갑씨(47).

그를 보려면 성산읍 삼달리 옛 삼달분교장으로 가야한다. 그가 2002년 루게릭병과 싸우면서

폐교를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그곳엔 1985년 제주섬에 정착한 이래 그간 찍은 제주풍광사진들이 걸려있다. 제주풍광에

홀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 사고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며 찍어온 '은은하고 황홀한'

제주 풍경들이다.

 

그가 불치병을 선고받은 것은 2001. 어느날 사진 셔텨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고 허리

통증이 오기 시작한 지 2년 후였다. 충격에 휩싸인 그는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그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창고에 수북히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는 그의 사진을

위해,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기 위해서 몸을 움직여 사진갤러리를 만들었다.

 

병마와 싸운지 5. 작년부터 그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자연에 몸을 맡겨놓고 있다.

혼자 외출도 힘든 그는 온 종일 갤러리에 갇혀 한적함을 즐기며 남은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그를 돕기위한 후원행사가 열린다.

 

행사 주인공은 제주생태관광 가이드, 시인, 노래꾼등으로 꾸려진 '김영갑 갤러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들은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이름으로 26일 오후 7시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두모악 음악회', 27일엔 생태기행과 갤러리 방문행사를 개최한다. 음악회에선

김영갑씨의 근황을 찍은 영상물이 상영되고, 시인 이원규(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

강덕환등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와 편지글이 낭송된다. 또 김성현 이철휴 조정호

이루후제 등은 그를 위한 노래를 부른다.